탐론 90mm F2.8 Di Macro
뷰 파인더는 넓은 세상을 조그맣게 조각 내고, 조각 낸 풍경 속에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작업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길가 모퉁이의 들꽃 한 송이, 하늘을 수놓은 구름, 거울 속 자신의 모습 등 평상시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것도 뷰 파인더 안에선 훌륭한 피사체가 되어준다. 사각형 안에 새로운 세상을 담아내는 것, 정말 쏠쏠한 재미가 아닐 수 없다. 피사체에 더욱 다가가야 하는 접사 촬영시엔 뷰 파인더 속 세상이 더욱 특별해진다. 눈으로 보기 힘든 작지만 크나큰 세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뷰 파인더 속 작은 세상을 더욱 세밀하게 표현해주는 준 망원 계열의 접사 렌즈, 탐론 SP AF 90mm F2.8 Di 1:1 MACRO를 소개해볼까 한다. 탐론 SP AF 90mm F2.8 Di 1:1 MACRO는 출시된 지 조금 된 렌즈지만 몇 차례 개량을 통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또렷한 화질로 많은 이들에게 인정 받고 있는 렌즈다. 디자인부터 화질까지, 어떤 매력들을 지니고 있는지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자.
*리뷰에 사용된 카메라는 캐논 600D이다.
flickr 샘플 사진 보러가기 http://flic.kr/s/aHsjz7Jo4U
SP AF 90mm F2.8 Di 1:1 MACRO는 동일한 마운트의 필름카메라부터 풀프레임 DSLR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하나의 렌즈로 다양한 카메라 운영이 가능하니 경제적이라 하겠다. 이 렌즈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휴대성이다. 보통 접사 촬영을 하기 위해 산이나 들로 떠날진데 이때 SP AF 90mm F2.8 Di 1:1 MACRO의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와 가벼운 무게는 큰 도움이 될 듯 싶다. 평상시 출사시 여분으로 들고 다니기에도 좋다. 조리개는 총 9매의 원형 조리개 날로 구성되며, 최소 개방 조리개는 F32, 최대 개방 조리개 수치는 F2.8이다. 기본 구성품으로 후드와 렌즈 파우치가 제공된다.
탐론의 SP 라인업 렌즈들은 수준 높은 설계 사양이 반영된 고성능 렌즈군에 속하며,
생산 원가에 제약 없이 높은 사양과 뛰어난 성능을 우선으로 제작된다고 한다.
필름 카메라 뿐만 아니라 DSLR의 특성을 고려해 설계된 렌즈라는 말로,
DSLR의 이미지 센서에 최적화된 렌즈 코팅이 가미되었다는 뜻이다.
SP AF 90mm F2.8 Di 1:1 MACRO은 전형적인 탐론 렌즈의 디자인을 따르는 분위기다. 초점링을 두른 금띠, 초점링의 형태 등 렌즈 곳곳에서 탐론 만의 아이덴티티를 읽을 수 있다. 렌즈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되며 오돌토돌한 질감으로 마감되어 흠집에 강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거리계창 주위에 금빛 로고와 라인 등을 적절히 배치 시켜 전체적인 디자인을 좀 더 고급스럽게 완성 시킨 점도 눈에 띈다.
대물 렌즈는 경통 깊숙한 곳에 위치한다. 이러한 구조로 기본 제공되는 후드를 장착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잡광 차단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편으로는 링 플레쉬를 사용할 경우에는 후드 장착이 불가능하므로 그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해본다.
접사 렌즈의 초점 구간은 일반 렌즈보다 길고 세밀하여 초점이 무한대까지 이동하는데 드는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놓친 초점을 다시 잡는데 드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접사 렌즈는 일반 초점 구간과 매크로 초점 구간을 설정할 수 있는 초점 리밋 스위치를 탑재한다. 각 상황에 맞는 초점 구간을 선택하여 좀 더 빠른 AF를 가능케 만들어주는 것이다. SP AF 90mm F2.8 Di 1:1 MACRO의 초점 리밋 스위치는 거리계창 왼편에 위치한다.
AF/MF는 줌링을 앞뒤로 조작하여 변경하는 구조다. 일명 클러치 방식이라고 하는데, 버튼을 찾으랴 뷰 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아도 조작이 가능하니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보다 신속한 조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MF로 전환하면 초점링 아래에 있던 파란색 띠가 드러나 AF/MF 상태를 한눈에 알려준다.
SP AF 90mm F2.8 Di 1:1 MACRO는 초점 조작시 해당 거리에 따라 경통이 돌출되는 구조를 지녔다. 일반 초점 영역에서는 경통의 변화가 크지 않지만, 매크로 영역으로 진입하면 꽤 돌출되는 구조라 근접 접사시 피사체를 건들지 않도록 신경 써서 촬영해야 한다.
SP AF 90mm F2.8 Di 1:1 MACRO의 90mm 화각은 필자가 사용하는 600D에서 환산 144mm의 화각으로 바뀌게 된다. 144mm의 화각은 피사체의 숨겨진 모습을 정밀하게 담아내기에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 피사체의 상이 이미지센서에 그대로 비춰지는 1:1 등배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크게 촬영할 수 있다. 일상적인 촬영은 다소 부담이 되는 면이 있는 화각이지만, 접사 전용 렌즈인 점을 감안하면 문제되지 않는다.
1:1 등배 촬영이란? 센서에 맺히는 상의 크기가 피사체와 동일하다는 말이다. 가령 1cm 크기의 피사체를 찍는다면 이미지 센서에도 1cm 크기 그대로 촬영할 수 있게 되는 것. 접사 전용 렌즈들은 모두 1:1 등배 촬영을 지원하고 있다.
접사 촬영시 발군의 실력을 뽐내는 SP AF 90mm F2.8 Di 1:1 MACRO지만, 접사 외에 다양한 장면을 담아내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실력을 뽐내는 렌즈다. 특히 야외 인물 촬영시 망원 특유의 공간감과 F2.8의 부드러운 배경흐림 효과로 인상 깊은 인물 사진을 만들어냈다. 또, 디테일한 음식 사진, 단조로운 풍경 사진도 문제없이 소화해냈다.
촬영 상황에 맞춰 초점 리밋 스위치를 적절히 사용하면 괜찮은 AF속도를 보장 받을 수 있다. 초점 구간을 Full로 설정하면 일상 스냅 촬영을 하든, 접사 촬영을 하든 AF 동작에 불만이 생길지도 모른다. 일반 촬영은 일반 초점구간을, 접사 촬영은 접사 초점구간을 선택해주자. 순간 포착도 충분히 가능하다. 아래의 샘플 사진은 필자의 내공 부족으로 구도상 갈매기의 위치가 조금은 아쉽지만 나름 찰나의 순간을 담은 결과물이다.
총 9매의 원형 조리개 날로 동그란 빛망울 형태를 쉽게 묘사할 수 있다. 최대 개방 F2.8에서 가장 매끄러운 원형 빛망울을 보여주며, 조리개를 조일 때마다 조금씩 각진 형태를 보여준다.
접사 렌즈는 피사체를 더욱 디테일하게 담아내야 하는 임무를 쥐고 태어나기 때문에 우수한 해상력을 기초로 설계된다. 접사 렌즈가 단렌즈로 제작되는 것도 그 이유에서이다. SP AF 90mm F2.8 Di 1:1 MACRO도 다른 접사 렌즈들처럼 해상력 표현이 우수하다. SP AF 90mm F2.8 Di 1:1 MACRO로 촬영한 사진들을 훑어보면 바디 내 설정에서 선명도를 올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진에서 훌륭한 해상감을 맛볼 수 있었다. F2.8로도 충분한 화질을 보여주지만, 조리개를 더 조여주면 좀 더 깨끗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탐론 SP AF 90mm F2.8 Di 1:1 MACRO은 그동안 많은 사진가에게 사랑 받아왔던 렌즈다. 작고 가벼운 것은 물론, 쾌적한 AF성능, 만듦새, 디테일한 화질 등 어느 하나 딱히 나무랄게 없는 모습은 스테디셀러 다운 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필름카메라부터 크롭 DSLR은 물론, 풀프레임 DSLR까지 폭 넓게 사용할수 있는 점도 탐론 SP AF 90mm F2.8 Di 1:1 MACRO가 갖는 특징 중 하나다. 필자가 느꼈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초점 조작시 경통이 돌출된다는 것이다. 특히 매크로 촬영시 제일 길게 돌출되므로 접사 촬영시 촬영 자세에 따라 피사체나 피사체 주위에 놓여있는 피사체를 건드릴 우려가 있다. 다음 리뉴얼 버전에서는 이너 포커스 방식을 채택해 이러한 아쉬움을 타파해주길 기대한다.
접사는 또다른 사진 세계를 경험하도록 이끌어주는 촬영법 중 하나다. 올 봄, 들에 피어있는 흔하디 흔한 꽃 한송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라. 그 안에서 또다른 우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샘플 사진
flickr 샘플 사진 보러가기 http://flic.kr/s/aHsjz7Jo4U
아래 샘플 사진은 Flickr 직접 링크로 화질 저하가 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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